이사야서 36-38장까지 세 장의 내용은 히스기야 왕과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중에 36-37장은 앗수르왕 산헤립이 유다를 침공해 온 상황을 보여줍니다. 랍사게의 협박과 히스기야 왕과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심리전이 계속될 때에 히스기야는 이사야 37장에서 제사장과 궁 맡은 자 그리고 서기관들을 이사야 선지자에게 보내었습니다. 이사야는 ‘앗수르왕의 조롱과 협박, 능욕의 말에 흔들리지 말라 하나님이 손보실 것이다’라는 답을 보내었습니다. 사37:33 이하에 보면, 앗수르왕이 저렇게 큰소리를 치고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결국에는 예루살렘 성을 향하여 화살 하나도 쏘지도 못하게 될 것이고 이 성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할 것이며 오히려 왔던 길로 돌아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37:35 ‘내가 나를 위하여 내 종 다윗으로 인하여 이 성을 보호하며 구원하리라’.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을 조롱하고 능욕하고 협박하는 앗수르왕의 행위를 보기 좋게 무너뜨리시는 이유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어떤 하나님이신지를 보이고’, ‘오래전 다윗과 맺으신 언약’을 이행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본문 38장은 ‘그때에’로 시작하면서 뜻밖의 상황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줍니다.

그때는 서슬이 시퍼런 앗수르왕의 침략과 그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유다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앗수르 병력을 물리치고 기도 응답을 체험하고 안심하던 순간을 말하거나 혹은 그렇게 앗수르왕이 침공해 들어와 유다와 히스기야 왕을 협박하던 그때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사38:5-6 본문에 등장하는 응답에서 히스기야의 눈물을 보시고 그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그의 수한을 15년 연장시키시겠노라 선포하시는 동시에 ‘너와 이 성을 앗수르 왕의 손에서 건져내겠고 내가 또 이 성을 보호하리라’고 하신 상황을 주목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때에’가 후자의 상황이 맞는다면 이건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상황입니다. 그는 이미 산헤립의 협박편지를 들고 여호와의 전으로 올라가 간절히 기도했던 사람입니다. 이번엔 극히 개인적인 일, 즉 왕이 병들어 이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데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게 된, 이 상황을 두고 그는 38장 2-3절에서 또다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얼굴을 벽으로 향하여 기도합니다. 3절 후반에 보면 그의 기도는 너무도 답답한 나머지 하나님께 애원하듯 하소연하는 ‘통곡의 기도’였습니다. 그의 기도는 위기를 만난 상황에서 전심으로 하나님만을 향하는 절박하고도 간절하고 진실한 기도였습니다. 우리 예수님도 공생애 기간 수없이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친히 기도하는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본문 4-6절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응답은 같은 사건을 보여주는 왕하20:4에 독특한 묘사가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사야가 성읍 가운데까지도 이르기 전에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기도하는 이의 통곡하는 간구에 하나님의 마음이 더 급하시구나 하는 사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히스기야가 겪은 큰 고통은 유다 왕으로서 거대한 앗수르의 침공과 협박을 당하는 고통에 자신의 육신에 죽을병까지 걸려 진퇴양난, 설상가상의 현실 앞에 서게 된 경험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고통 속에 간구하면서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고 그 속에서 “고통 속에 담긴 보석”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바로 그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샬롬”이었습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샬롬을 평강, 평안 안녕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샬롬’은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윗이 오래전에 찬양하면서 ‘여호와가 나의 목자이심으로 내가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던 바로 그 상태가 ‘샬롬’입니다. 히스기야는 놀랍게도 질병의 고통과 절망 한숨 좌절 실망 속에서 ‘샬롬’을 경험했던 인물입니다. 내가 병들어도 내가 가난해도 내가 실패자가 되어도 버림을 받아도 삶이 온통 전쟁터와 같아도 모든 상황을 뛰어넘는 ‘샬롬’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