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성화의 과정을 겪으시면서 하나님의 ‘기다리게 하심’을 경험하고 계실 줄 압니다. 노아 홍수 심판 때에 방주 속 기다림을 생각해 보세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430년 오로지 그 땅을 벗어나 하나님이 약속하셨던 가나안으로 돌아갈 날 만을 기다렸던 시간을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다윗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런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시37:7상).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9월 초부터 시작된 이 질병과 기나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조급함’ 바로 이것이 제가 투병을 하면서 느끼는 첫 감정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세상이 둘로 보이고 한쪽 눈이 저절로 감기는 증상을 안고 살아가야 하니, 이것이 일시적인 증상이며 곧 나아질 것이라고 당연히 낫는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호전되기보다는 악화하기만 하는 현실을 만나면서 ‘이건 뭐지?’ 싶은 마음과 ‘답답함과 조급함’을 품게 되었습니다. 빨리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 줘야 내가 주님의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제 방에 들어와 이런 말을 들려주고 가셨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약하게 하시면서 더욱더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훈련시키시는가 봅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맞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사랑하시고 목사를 더욱 겸손하게 하시기 위해서 특별한 은혜를 부어주고 계시는 중임을 믿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친히 바울에게 주셨던 답,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이라’(고후12:9)하신 말씀이 가슴 속에 울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경에서 ‘기다림의 달인’으로 훈련되어가는 인물이 바로 아브라함이었습니다. 그는 창세기 12장에서 하나님의 일방적인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축복과 언약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받은 언약과 축복이 현실화하기까지 참으로 길고 긴 세월이 걸렸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아무리 힘든 시간이 찾아와도 어느 정도까지 하고 물러가겠지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런데 설마 했던 그 시간이 넘어가고 길어진다고 느끼게 되면 사람은 그 조바심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바로 이 시점이 ‘하나님보다 앞서기에 십상인 시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믿음 없음을 정당화하는 법을 터득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이 침묵하고 늦으시니 내가 이렇게 결정하는 것도 내 잘못은 아니야 이것도 하나님의 용인하신 길인지도 몰라’ 하면서 자신의 기다리지 못하는 원인을 하나님께 돌리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사래와 아브람이 이런 마음으로 자신들의 선택을 합리화했을는지 모릅니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온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에서 ‘내 멋대로 하나님의 뜻을 만들어 자신의 조급함을 합리화 한 일’들이 참으로 많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이 믿음 없음이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말입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진리는 이것입니다. 이 땅에 있는 모든 피조 세계는 그 어느 것도 하나님에게 무관심하거나 소홀한 대접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한 사람 개인의 역사만 돌보시는 분이 아니라 인류구원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바라보시면서 그 속에 한 사람과 사건들을 조화롭게 다루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함으로 불행을 자초했지만 하나님은 그 사람의 고통을 들으시고(이스마엘의 뜻) 그 사람의 형편을 살피시고(나를 살피시는 하나님 엘로이의 뜻) 인내함으로 기다리지 못한 죄까지도 다 용서하시고 주신 언약을 이행하시는 분이십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믿음 없으므로 저질러 놓은 모든 문제, 그리고 인내하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함으로 일을 더 크게 만들어놓은 것들까지도 다 수습해주시는 은혜의 하나님이셨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은 십자가의 때를 기다리게 하셨고 부활의 때를 기다리게 하셨으며 이후에는 성령의 때를 약속하셨습니다. 지금도 우리에게 재림의 때를 기다리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믿음 붙들고 말씀 붙들고 기다림의 훈련을 잘 감당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시기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