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앙생활에도 내용과 형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형식이라고 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포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신앙에서 형식은 주일성수 십일조 직분 감당 봉사와 헌신 같은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성도들 가운데는 이것이 신앙생활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집중하고 그것을 잘하고 있는 것이 신앙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수성가족들이 오늘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포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용물인 것처럼 신앙생활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 기독교인의 삶의 형식들보다 훨씬 더 중요시해야 할 것은 바로 ‘내용’(본질)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본질은 다름 아닌 ‘복음’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성도의 교제와 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성도의 본분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다 모아놓아도 바뀔 수 없는 신앙의 본질이 바로 ‘복음’입니다. 복음이 없는 신앙생활은 내용물보다는 과대포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려는 상술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예수님도 복음이 없는 신앙생활을 가장 경계하셨습니다. 그래서 바리새인들의 외식주의 율법주의를 신랄하게 책망하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식이라는 그릇을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일단 성도의 자리에 들어선 사람들이 ‘복음’을 접하기까지 형식이라는 일정한 과정을 통해서 본질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어떤 이들은 아무리 오래 교회 생활을 하여도 여전히 형식이 신앙인 줄 알고 거기에 머물러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본문에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서고 계십니다. “사람이 바로 살려면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오직 하나 ‘거듭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물로 씻겨져야만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여기 ‘물로 씻는다’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장면이 구약 왕하 5장에 나오는 아람의 군대장관 나아만 사건입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나병이 발한 것을 고침 받기 위해 소문을 듣고 엘리사를 찾아가 요단강에 몸을 씻으라는 처방에 화가 났지만, 신하의 간곡한 권면으로 요단강에 몸을 씻고 나병에서 완전히 치유를 받았던 사건이 있습니다. 나아만이 요단강 물에 일곱 번 씻었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과 판단 고집을 다 내려놓았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을 죽인 것입니다. 신약 히10:22에는 ‘우리가 마음에 뿌림을 받아 악한 양심으로부터 벗어나고 몸은 맑은 물로 씻음을 받았으니 참 마음과 온전한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자’. 영적인 나병과 같이 우리가 더러운 죄에 사로잡혀 살아가며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 더러움을 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뿐이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의 피 공로를 전적으로 의지함이 없이는 우리가 영적으로 정결해질 수 없으며 우리가 영으로 정결해지지 않고서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 과정에 필수적으로 ‘물로 거듭남’을 예수님이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니고데모를 향하여 형식과 외식으로 만족하는 당시 지식인들이 진정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만한 사람다운 사람으로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물로 거듭남, 그리고 성령으로 거듭남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요17:3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잘 보시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최대 문제는 주님 앞에 섰을 때, 낯설고 서먹한 주님으로 만날 것이냐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그분과 평생을 동행하던 주님으로 만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내가 예수를 얼마나 오래 믿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를 제대로 만나고 그 복음의 능력으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다가 결국 그 예수 앞에 섰느냐’하는 점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