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수님이 이제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 죽임을 당하시고 부활 승천하실 날이 다가오고 있었던 때에 주님은 많이 외로우셨습니다. 왜냐하면 제자들 가운데 진정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의도,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식을 이해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르치셨건만, ‘변화된 사람’을 찾지 못하셨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다 가르치셨고 떠날 때가 가까워 오셨건만 제자들은 계속 동문서답만 하고 있었고, 이런 말들은 그야말로 ‘예수님의 가시는 길, 십자가의 길, 우릴 구원하시러 가시는 길’을 알지도 못하고 말하는 답답한 소리들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더욱 더 외로우셨습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은 한 여인을 만나셨습니다. 이 여인은 유명한 사람도, 재산가도, 권력가도, 유력한 인사도 아니었지만, 답답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시던 예수님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여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3년을 따라다닌 제자들조차 주님이 가시는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의 길을 알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들만 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품은 가치관을 보여준 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여인은 이미 예수님으로부터 갚을 길 없는 사랑을 받은 체험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여인은 예수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 갚을 길이 없음을 알고 자신의 전부를 기꺼이 드리는 진정한 헌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여인, 마리아는 자신의 오라비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사건으로 인하여 주님께 무엇을 드려도 아깝지 않겠다는 믿음을 소유합니다. 그야말로 생명의 은인이 아니겠습니까? 자신과 자신의 가정이 예수님에게서 새 생명을 얻었는데 어떤 마음을 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드릴 게 있으면 다 내어 드리고자함이 자연스런 마음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마리아는 생각 끝에 자신이 오래 간직해 온, 전 재산과 같은 소중한 나드향 향유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저함도 없이 그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냄새가 그 집에 가득했다고 합니다(12:3). 전 재산을 드린 것은 자신의 생명을 다 드린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여인의 헌신은 그야말로 ‘생명을 드린 헌신’이었던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사 나를 살리시기 위해서 생명을 내어 주시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걸으시는 예수님을 우리 모두가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생명 주시는 그 사랑에 무엇으로 보답 할꼬’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난한 과부에게는 두 렙돈의 동전이 그 재산의 전부였습니다. 구약에 등장하는 가난한 과부에게는 이제 아들과 함께 작은 떡을 붙여먹을 아주 작은 기름이 전 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변변한 보호자도 없이 가난하게 살았던 과부들이 하나님 앞에 그리고 주의 종 앞에 자신이 가진 전부를 드림으로 그 헌신의 값어치를 인정받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오늘 마리아는 생명 주신 주님을 위해서라면 삼백 데나리온의 값어치가 아니라 3억, 30억, 300억, 3000억의 값어치가 되는 향유를 갖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전부 다 아낌없이 예수님께 부어드렸을 사람입니다. 이 여인의 중심에는 향유의 값보다는 그 이상의 값이 되는 ‘생명’을 살리신 은혜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마리아로서는 향유도 귀한 것이지만 예수님보다 더 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날 위한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과정을 생각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방향이 송두리째 바뀌는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마리아가 향유를 부어드린 그 예수님의 발은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에 오르신 발이요 십자가에 오르신 발이요 대못이 박히신 발이었습니다. 우릴 살리시기 위함입니다. 이게 우리가 받은 사랑입니다. 한 여인의 감격스런 헌신처럼 우리들도 그 사랑에 보답하며 살아가길 소망합니다.